중국에서 반지의 제왕 찍기 / 호도협 트레킹 1박 2일 후기 (1)
중국에서 반지의 제왕 찍기 / 호도협 트레킹 1박 2일 후기 (1)
중화권 문외한 친구 셋을 데리고 중국 서쪽, 티베트 가까이에 위치한 호도협을 다녀왔다.
호랑이가 협곡 사이를 뛰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 하여 지어진 이름에 걸맞게
협곡 위는 깎아지를 듯한 봉우리, 아래는 장강이 힘차게 흐르는 풍경을 자랑한다.. 는 설명은 꼭 중년의 등산모임에서나 들을 법하지만 어쩌다 보니 수도권 직장인, 30대 초반 여자 넷이 뭉쳐서 가게 되었다.
솔직히 준비하면서도 황토색 물이 흐르는게 뭐가 어떻다고.. 하며 대충 계획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다녀본 유럽/아시아/미주 여행지 통틀어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준비물 | ✔️트레킹화 ✔️등산스틱 ✔️고산병 약 ✔️비상약품 ✔️물, 간단 간식거리 ✔️고산지대라 춥기 때문에 겨울에는 핫팩 추천 ✔️산길엔 쓰레기통이 없다. 따로 담을 봉투 챙기기 *숙박할 경우 객잔마다 기본적인 어매니티는 있다 (샴푸, 비누, 치약, 칫솔, 수건) *중국에 가는 여행자면 위챗은 당연히 깔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금이 아니라 위챗/알리페이로 계산해야함. |
트레킹 난이도 | 28밴드를 제외하고는 평이한 둘레길 |
추천 숙박 업소 | 차마객잔 or 중도객잔 |
중국어 필수 여부 | 중국어 못해도 트레킹은 할 수 있다. (자유여행 온 영미권 외국인 몇몇 봄) 숙소도 파파고가 있으면 소통 가능. 그러나 말이 안통하면 상당히 당황할 수 있으므로 여행 짬바 및 임기응변이 부족한 분이라면 가이드 끼는 것을 추천 |
호도협은 세계적인 트레킹 명소 중 한 군데로 그 옛날 차와 말을 교역하던 차마고도의 일부이다.
운남성 리장고성은 이미 방송에도 몇 번 나와서 한국에서도 약간 알려진 여행지가 되었는데, 리장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가까이에 있는 옥룡설산과 호도협도 같이 구성하여 패키지로 가는 경우가 많다. 영어가 정말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 나는 중국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알고 일행도 해외여행 짬바가 꽤나 되는 친구들이라 자신 있게 자유여행으로 계획했다. 다만, 체력 레벨이 각기 달라서 우리는 체력강자는 풀코스/약자는 미니코스로 두팀으로 나눠 움직였다. 중도객잔과 차마객잔 숙박을 놓고 두 가지로 나누어서 계산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여행 전 계획했던 코스 (우린 중도객잔까지만 가고 폭포와 티나객잔 코스는 스킵했다. )
1. 리장고성에서 호도협 입구까지 택시 이동
보통 리장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매일 아침 8시 반에 버스가 있다. (인당 30위엔, 한화 약 5천 원)
우리는 일정상 택시를 탔다. 두시간 걸리고 미터기 찍으니 280위엔. (한화 약 5만 원)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멍청했다. 그냥 버스를 타시는 것이..
호도협 관광지 입구부터는 택시(일반 차량)는 출입이 안 되고, 산길에 물자와 사람을 옮겨주는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
이를 빵차(빠오처, 包车)라고 부른다. 이 분들은 객잔을 통해 연락처를 받거나, 아니면 호도협 입구에 내리면 우리 같은 관광객을 낚아채기 위해 몇 분이 진을 치고 계시니 현장에서 딜을 하면 된다. 빠오처? 하면 함박웃음 지으며 다가오시니까 필요한 코스 얘기하고 금액 조정하면 된다.
우리가 딜한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입구에서 나시객잔까지 2인 내려주고 / 다시 돌아가서 차마 객잔까지 차로 2인 이동: 300위엔 (한화 54,000원)
2. 그다음 날 아침에 차마->중도까지 짐만 옮겨주기 / 그리고 중도객잔에서 두 시간 뒤에 만나서 4인 리장고성까지 이동: 500위엔 (약 9만 원)
깎아보려다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감. 기사님은 매우 친절하셨고 돌아오는 날 중 호도협 근처까지 데려가서 구경시켜 주심. 우리와 다녀주신 분의 위챗 아이디는 참고로 wxid_f65z6u4j2unr22이다. (영어 X, 중국어 only. 위챗은 번역기능이 있어서 한국어로 채팅 보내도 됨)
2. 호도협 입구(챠오터우 마을)에서 나시객잔
난이도 ★★
뷰 ★★
우리는 빵차로 다 같이 나시객잔까지 가서 두 명을 미리 내려주었다. 차로 5분정도 걸리는 듯 한데, 일방통행인 산길에 공사차량이 너무 많아 계속 길을 비켜주면서 올라가서 거의 20분이 소요되었다. 나시객잔 - 28밴드를 걷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나머지 두명은 여기를 패스하고 차마객잔으로 바로 이동.
2. 나시객잔에서 28밴드 꼭대기
난이도 ★★★★
뷰 ★★★★★
28밴드는 호도협에서 가장 험준한 트레킹 코스로, 말이 트레킹이지 구불한 절벽길을 오르는 등산이다.
체력이 좋지 못한 나와 친구 한 명은 이 코스를 패스하고 빵차로 챠오터우로 내려와서 차마 객잔까지 도로를 타고 갔다.
다녀온 친구들 말에 의하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가파르고 힘들어서 주의를 요하지만, 높이 올라가는 만큼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고 한다. 난이도는 북한산정도 되는 듯 하다.
3. 28밴드 끝나는 지점에서 차마 객잔
난이도 ★★★
뷰 ★★★★
많이들 택하시는 코스로, 두 시간짜리 길이다.
단 28 밴드에서 차마로 걸어오는 한 시간가량의 내려 막은 좀 험준하고, 그 후부터 차마 객잔까지의 한 시간은 둘레길 수준으로 평이하다. 호도협의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고 지대가 높아 뷰가 매우 좋다.
4.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
난이도 ★★
뷰 ★★★ ★
가장 많이 걷는 트레킹 코스로 두 시간짜리 평지이다. 말이 평지이지 절벽길이라 조금은 주의를 요한다.
낙석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여행 전 객잔을 통해 확인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침에 걸으면 절벽산 사이사이로 뻗어 나오는 태양빛을 보며 왜 새벽이나 밤을 "장막"이라고 부르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하바설산까지 보인다. 이 코스는 2일 차 게시글에 좀 더 자세히 쓰겠다.
그 외 팁
-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잃기는 쉽지 않다. 영어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화살표만 있기도 하고, 여하튼 객잔 이름 두 글자 정도는 한자로 어떻게 생겼는지 외우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트레킹화 신는 것을 추천. 꽤나 울퉁불퉁한 길이라 운동화도 문제없지만 발목 안전에는 좋다.
- 12월 25일, 겨울 날씨는 약 0도 - 7도였으며, 고산지대는 꽤나 쌀쌀하므로 옷차림은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나는 기모 후드티에 숏패딩, 기모타이즈에 나일론 바지를 입었고 붙이는 핫팩을 매우 유용하게 썼다.
- 각 코스가 2시간 정도 되니, 화장실은 곳곳 객잔에 들러서 미리미리 해결하시고,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가지고 다니시길 바라며, 물도 한 병 정도 들고 다니시는 것을 추천한다. 중간중간 작은 카페(?)도 있긴 하다.
- 별이 정말 잘 보인다. 별 사진에 욕심이 있다면 귀찮아도 가방에 미니 삼각대 지참 추천. 달이 너무 밝은 날은 5시쯤이면 달이 산 너머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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