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함허동천 / 낭만과 고생이 비례하는 우중캠핑
비 오는 함허동천 / 낭만과 고생이 비례하는 우중캠핑
5월 초, 원래 2박 3일 굴업도 백패킹을 계획했으나 사흘 중 이틀이나 내리 비가 온다는 것이 아닌가.
윈디 어플을 5분 단위로 확인해 보았으나 비 예보는 점점 짙어지고 중간중간 빨간 돌풍 예보까지.. 이건 백패킹 초보가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어렵게 구한 배편을 취소했다.
연휴에 임박하여 갈 수 있는 것은 예약이 필요 없는 선착순 사이트뿐이다. 결국 아침 일찍 함허동천으로 출발했다.
✨함허동천 추천 이유
✔️ 전기 사용 가능한 제1야영장 제외, 나머지 2,3,4 야영장은 예약이 필요 없는 선착순이다.
✔️ 등산길 시작 부분인 언덕에 있어서, 맨 위의 2야영장은 백패커들이 차지하기 딱 좋다.
✔️ 마트에 모든게 다 구비되어 있고 화식이 가능해서 음식 걱정 없이 일단 출발하면 된다.
⚠️ 단! 매너타임 관리를 별도로 하지 않아서 시끄러운 사람들이 많다. 매너에 민감한 분에게는 비추천.
소쩍새와 개구리가 우는 자연에 와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왜 그리 주야장천 트는 걸까?
오토캠핑으로 오면 주차장부터 어떻게든 위쪽에 대는 것이 유리하지만, 백패커들은 배낭메고 20분 이하로 걸어 올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길 건너 주차장에 대도 상관이 없다. 널찍한 곳에 차를 대고 제2야영장 꼭대기까지 쭉쭉 걸어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올라갈만 하다 했는데 이거 왜 은근히 힘들지? 할 때쯤 도착한다. 백패킹이라고 부르기엔 머쓱하고, 풀장비를 끌고 올라 오기엔 너무 힘든 그런 위치에 자리해 있다.
지난번에 왔던 곳은 105번 데크, 그리고 이번에는 그보다 더 위쪽인 117번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105번 데크 후기가 궁금하다면 ↓
2023.08.05 - [출장비/백패킹과 캠핑] - 초여름 함허동천 제2야영장에서 초보캠킹 / 여름 낮에는 텐트를 치지 맙시다
새벽부터 비가 온다는데 일단은 봄날씨가 화창하다
비 오기 전에 밥부터 먹어본다. 날씨는 나중에 걱정하자.
근처 농협에서 고기와 같이 구워 먹을 표고버섯과 돌미나리를 사 왔다.
농라카페의 유명한 정육업체에서 배달 주문했던 (뜬금없는 홍보) 꽃삼겹살인데 집 냉동실에 한 달 정도 잠자고 있던걸 들고 나왔는데도 누린내 없이 아주 맛있었다. 아무튼 4050대 사이에서 유명한 업체는 따라먹고 봐야 한다.
손에 들고 있는 건 음료수가 아니라
마트에서 사 온 망고다. 이렇게 숟가락으로 파먹는 법을 인스타 릴스로 보고 기억해 뒀었는데 캠핑에서 활용하기 딱이었다.
꼭 푹 익어서 물렁한 망고를 사 와야 쉽게 반을 갈라서 파먹을 수가 있다.
드러누워 자다가 해가 졌다.
막걸리 한잔 하자. 국내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지역 특산주 마시기.
낮에 먹고 남은 미나리와 버섯을 추가해서 어묵탕을 보글보글 끓인다.
백마의 왕초언니 코펠은 정말 잘 만든 물건이다.
테이블을 깜빡하고 안 가지고 와서 바닥에서 대충 먹는다.
낭만이 치사량에 달했다고 자평했다.
물건을 두고 왔을 때 일행과 안 싸우려면 낭만으로 일단 비벼보기.
모기향 냄새는 솔솔 나고 어두워진 숲에서는 쏙독새와 소쩍새가 번갈아가며 운다.
그리고 그날 새벽 2시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두둑 빗소리를 적당히 즐기고 아침 8시에 철수 결정.
우리는 정말 타프도 없이 맨몸으로 갔던 지라 비에 아주 푹 젖었다.
특전사 훈련 때는 텐트도 없이 잤다며 대충 툴툴 털어 정리하는 남편
젖은 텐트 갈무리하고 집에 와서 배낭까지 빨아 널어놓는 것까지 다 해준 덕분에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제목의 개고생은 사실 남편의 몫이었다는 반전 (?)
그래도 나도 우비 입고 배낭매고 쫄딱 젖어왔다.
다음에 우중캠을 간다면 비가 좀 적당히 오는 날씨에 타프를 챙겨서 가볍게 다녀오고 싶다.
니치향수가 아무리 자연의 향을 따라 한다고 해도, 비를 흠뻑 머금은 숲의 향기 만한 것이 없다.
뒷정리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낭만 있고 고즈넉했던 우중캠핑 첫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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