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안면도 초보 해루질 후기 - 9월 중순 첫물 때 / 소라, 박하지(돌게) 채취
태안 안면도 초보 해루질 후기 - 9월 중순 첫물 때 / 소라, 박하지(돌게) 채취
9월 중순에 가족 다같이 안면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서해안이니 풍부한 갯벌 관련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고 그 중 해루질이라는 것에 대해 듣게 되었다.
해루질이란 저녁-밤 시간에 맨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어패류를 잡는 것을 말하는 방언이라고 한다.
낚시에 미친 아저씨가 있는 우리집.. 당장 해루질 체험 가능한 펜션으로 알아보고 예약까지 일사천리.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아무래도 물이 많이 빠지느냐, 별로 빠지지 않느냐에 따라 해루질 가능여부가 달려있다고 한다.
우리가 예약한 9월 15일은 4물, 흔히들 ‘첫물때’라고 부르는 때라고 하는데 소라가 잘 잡히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물때표를 보다시피,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아서 물이 애매하게 빠지는 때라, 초보가 들어가도 많이 잡기는 어렵다.
바지락 한두개밖에 못찾더라도 체험에 의의를 두자고 하고 일단 예약함.
장비 대여에 인당 3만원이라 어차피 크게 부담은 없었다.
펜션에서 빌려주신 기물들.
게를 잡을수 있는 집게, 장화 혹은 가슴장화, 수중랜턴, 가방, 바구니 등등..
깊게 들어가는 분들은 가슴장화를 신는다는데..
한여름에 저거 신으면 아무리 밤이라 해도 30분도 못입고 있을듯하다.
간조시간이 다되어가고.. 해가 뻘 너머로 저물어가자 우리 가족들은 모두 설레기 시작했다.
분명 못잡아도 그만이라고 했던 사람들인데 마트에서 아무것도 안사고 해루질 한 걸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엄청난 각오..
거의 수렵채집인이었음
해 지는 서해안의 핑크색 구름은 참 오묘했다
동해와 비슷한 듯 다른 서해의 풍경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바구니 가득 잡아왔다.
나도 깜깜한 밤에 뻘에 있으려니 무서워서 해루질 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안 찍음
해가 떠있는 저녁에는 육안으로도 돌아다니는 게(박하지)들이 많이 보여서 도구로 마구마구 집어 올렸다.
게가 너무 빨라서 급기야는 목장갑낀 손으로도 잡다가 게가 집게를 왜 달고 다니는지를 알게 되었다^^
소라 찾기가 제일 힘들었는데 바닥의 돌들을 훑어가면서 보다보면 그사이에 조용히 앉아있다
우리는 거의 못잡았고 해루질 고수분들을 따라다닌 아빠만 잔뜩 잡아 왔다
박하지와 소라 외에 다른 생물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18시부터 거의 20시까지 두어시간을 나가있다가 지쳐서 들어왔음
확실히 깜깜한곳에서 돌아다니니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하기에는 위험하다.
이게 우리 저녁밥이라고하니 펜션사장님이 자기가 잡으신것도 같이 넣어주심
ㅋㅋ
게는 쪄먹는게 맛있다는 말씀에 박하지는 다 찌고, 소라는 삶아서 깻잎과 초장에 무쳐먹기로했다
소라는 당연히 잡을줄 알고 초장과 깻잎은 사옴 ㅎㅎ
소라 삶은 물에 라면을 끓였고 쪄먹기 애매한 작은 게들도 같이 넣었다.
펜션 뒤의 조업장 같은 곳에서 주방을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게도 찌고 소라도 삶음
벽은 좀 지저분해서 자체 모자이크처리 ㅎㅎ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진수성찬
별로 들어간것도 없었는데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다
역시 식재료는 제철, 산지 직송이 최고라는걸 다시 느꼈다
깻잎, 초장, 자연산 소라 3개만 들어간 소라무침
이게 이 날 가장 맛있었다
4명이서 소주 한 병먹는 우리 가족이 청하를 무려 각 1병을 했다는 이야기
소라 삶은 물에 끓인 라면..
작년 덕적도에서 엄지만한 칠게들을 몇개 잡아서 라면에 넣어봤는데 그 맛과는 비교가 안된다
쪄먹는 게 맛이 어떤지 설명이 필요합니까?
은근히 살도 토실토실해서 먹을게 많았다
마법처럼 남기는 것 없이 모두 배부를 만큼 딱 맞는 양이었다
자연이 우리 가족들에게 허락한 만큼 즐기다 온 것 같다.
캠핑에 이어 해루질이라는 재밌는 활동을 알게 되어 세상을 보고 즐기는 시각이 더욱 넓어졌다.
매우 기쁘다.